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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언어문자생태와 조선족의 의무
기사 입력 2019-08-10 06:55:04  

7월도 다 가는 어느 날 저녁, 연길의 한 음식점.

“지금부터 한어를 섞어 말하는 분에게는 벌주 한잔씩 안기는 게 어떻습니까?”
“?!”

유명한 조선족 공군장교 리광남씨가 자기를 위해 마련한 저녁식사장에서 난삽한 조선말사용 행태를 보다 못해 내놓은 건의에 필자와 그 자리에 동참했던 이들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상이 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시중의 화제로 돼있는 조선말간판과 관련해 모두들 잔뜩 격앙된 표정으로 우리말 오염, 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것까지는 근사했는데 정작 고발자들이 구사하는 용어는 정제되지 못한 불결한 언어였기 때문이였다. 말마디 사이에 한어가 섞여 언어오염과 언어유린을 질타하는 우리 자신이 언어오염을 자행하고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야말로 감염환자의 오염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칼이 전혀 소독이 안된 병균투성의 수술칼이여서 문제의 감염부위는 도려냈지만 더 한심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심어놓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 자리는 흥겨운 식사장이 아니라 우리 말 사용실태를 점검하는 준엄한 시험장 그 자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민족언어 사용이 기본테마로 되였고 그 ‘시험관’은 리광남씨였다.

직업군인이 민족언어사용점검 “시험관”이라니? 하지만 그는 자격을 갖춘 분이였다.

우선 그날 저녁 언어사용 ‘벌주’에 걸리지 않고 무사통과한 유일한 ‘순결파’였다. 그리고 그가 북경정치협상회의를 비롯하여 많은 공식석상에서 중앙과 지방 지도자들과 나눈 담화를 전해들으면서 필자는 그가 군부대가 아니라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대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그의 스마트폰에는 그가 연변 거리 곳곳에서 촬영한 오역되였거나 엉망이 된 조선문간판과 도로표시판 영상화면이 가득 소장되여있어 수시로 관계자들에게 꺼내보이며 책임을 호소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었다. 그는 정부관계부문 책임자를 무색케 하는 ‘감독관’ 같았다.

식사장에서 평상복 차림의 리광남씨가 필자에게 준 인상은 우리 나라 유명한 공군장교이기에 앞서 사명감높은 민족간부였다.

민족자치주의 민족언어생태는 민족자치주 생존발전의 청우계라 할 수 있다. 량호한  민족언어생태의 보호는 두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권리이다. 모든 조선족구성원들이 자기 민족언어 사용을 의무화하며 적어도 연변경내에서만은  조선족이 제 민족 언어를 써야 하고 쓸 수밖에 없으며 쓰지 않으면 안되는 ‘철 같은 규제’에 의한 민족언어 사용의 긍정적인 풍토가 정착하게 하는 것이다.

의무의 리행이 없으면 성장이 있을수 없다. 의무리행의 주체는 조선족민중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필자가 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조선족끼리의 술자리에서 한어를 섞어 말하면 ‘벌주’하는 식의 견제가 물론 방법상 틀린지는 몰라도 우리 언어사용의 불결한 관행을 수습하고 우리의 그 어떤 의무감을 심어주는 강심제로 될 수만 있다면 나쁠 것도 없지 않을가?  어른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조선족구성원 모두가 우리 말 사용을 의무화하는 그날이자 우리 민족언어생태의 순결함이 현실화되는 날이다.

소수민족의 자기 민족 언어사용은 우리 나라 헌법이 소수민족에게 부여한 권리이다. 자기민족 언어문자를 쓰는데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 얼마 전에 조선글 현판 정리정돈이 우리주에서 급물살을 탈 때 관내의 일부 타민족 네티즌들의 망언, 그리고 이른바 꽤 많은 ‘팬’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유명학자’가 조선족의 민족언어문자 사용을 두고 내놓고 사이트에 조선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 같은 괴상한 유론을 발설한 인간이 어떻게 ‘유명’계관을 썼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 같은 자들이 헌법을 짓밟고 내뿜는 독소에 우리 조선족들이 주눅이 들어 나라가 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 넌센스하다. 권리를 용감하게 주장하는 자가 권리를 갖는다. 물론 훌륭하게 리행된 의무로부터 나오지 않은 권리는 가질 가치가 없다.

일전에 연변지역 여러 곳의 도로표시판 조선글들이 엉망으로 표기되여 국내외 손님들에게 연변의 망신스런 언어 코미디 풍경을 선보인 적이 있다. 대단히 한심스런 부정적 사건임은 분명했지만 그 대신 광범한 조선족 민중의 질타가 인터넷을 도배하면서 사회의 긍정적 반발을 불러오는 기꺼운 양상이 펼쳐져 정부 관계부문을 촉구하는 사태로 이어진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수확이라 하겠다. 결국 정부 관계부문이 도로표시판을 교체하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일단 상황 수습은 됐지만 그 련동효과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일로 주조선어문사업판공실 사이트는 1만여편의 조선어 틀린 간판제보 댓글이 문전성세를 이루었고 올해 년초부터 조선언어문화진흥회가 벌린 ‘불합격간판 촬영제보상 응모’ 활동은 요즘 들어 제보자들의 응모작품이 진흥회 게시판을 쇄도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조선언어문자 시중용어물 중점피해지역인 연길시가 드디여 동원대회를 가지고 자치주 수부도시 시중 조선언어문자간판 ‘소버짐’ 척결의지를 보여주어 우리 모두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하고 있다. 필자는 조선언어문자 순결성을 지키려는 우리 사회 조선족시민 의식이 아직 퍼렇게 살아있음을 실감하면서 흐뭇한 마음을 삭일 수 없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형성된 기꺼운 국면은 이에 힘입은 자치주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주안의 몇몇 도로표시판은 로출이 뚜렷하기에 보아내고 인차 교체할 수 있지만 잠복돼있는 용어물, 그리고 별도의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제작된 조선언어문자 오염 대상물은 물리적인 치료와 더불어 정신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하는 줄 안다. 꽤 오래 지연돼온 조선언어문자 생태의 부끄러운 감염부위를 아프더라도 예리한 수술칼로 대담히 들어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조선족 지도간부들이 리광남 공군장교처럼 민족언어문자를 지켜나가는 굳은 사명감과 실천력을 보여줄 때 우리 고장은 부끄러운 민족언어 생태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매력적인 중국조선족언어문자의 미래를 위한 건설에서 커다란 탄력을 입으리라 생각해본다.


채영춘
연변일보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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